가까운 방콕이라도 가면 좋겠는데 정말 ‘방콕만 하는’ 세월이 길어지고 있죠.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요.
여행의 과거 현재 미래 황하람 기자가 보여 드립니다.
[리포트]
터키의 한 항구가 대형 크루즈선의 무덤으로 변했습니다.
안에선 철거 작업이 한창인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선사들이 배를 분해해 고철값이라도 챙기려는 겁니다.
크루즈 여행은 이제 로망이 아닌 기피 대상이 됐습니다.
[지난 4월 22일 뉴스A 보도]
"나가사키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에서 34명의 승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평소 북적이던 국제공항이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비행기 좌석도 텅 비었습니다.
관광지 주요 호텔엔 빈 방이 넘쳐나고 관광객들로 1년 내내 붐볐던 파리 에펠탑과 로마 콜로세움도,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이집트 피라미드 같은 세계의 명소들도 마스크 없인 다니지도 못합니다.
사람들이 멈추자 관광산업도 길을 잃었습니다.
상반기 피해액만 1100조 원, 사라진 일자리만 1억 2천만 개에 달합니다.
[스티브 색슨 / 맥킨지 파트너]
"우리는 전 세계 관광 부분의 수입이 1조 달러(1100조 원) 감소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제자리 비행', 해외여행을 흉내만 낸 이른바 '관광비행'입니다.
대만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가 2시간 반 만에 제주 상공에 다다르고, 20분간 저공비행으로 한라산, 일출봉 등을 둘러본 뒤 대만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돈 28만 원짜리 티켓 120장이 4분 만에 매진될 만큼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리우춘훼이 / 대만 관광객]
"가상출국여행이 대체 어떤건지 궁금해서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더라고요. 계속 해외를 갈 수 없으니까요."
태국 현지 항공사인 타이항공은 지난달 초 방콕 시내 본사 건물에 비행기 객실을 닮은 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추삭 디렉와따나차이 / 태국 시민]
"해외여행이 너무 그리워서 이곳을 찾아왔어요. 체크인해서 정말 어디론가 떠나는 기분입니다."
고급 호텔들도 직장인들에게 방을 빌려주는 '재텔근무' 같은 대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객실 전체를 비닐로 감싼 뒤 병실로 탈바꿈한 곳도 있습니다.
[마이클 제이콥슨 / 미 시카고주 호텔 CEO]
"객실이 넘쳐납니다. 우리 주는 쾌적한 병상과 병실이 필요한데 저희 호텔엔 침대가 많아요."
문제는 코로나19의 재확산세입니다.
유럽 여행하면 떠오르는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하루 1만 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사실상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미국은 대통령까지 바이러스에 감염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합니다.
백신이 나와도 세계인들이 모두 접종하고, 항체가 생기는데까지 최소 3년은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유병욱 / 순천향대 가정의학과 교수]
"2019년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이 2021년과 2022년 공급 후에 2023년이 돼야…"
[현장음]
"여행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이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황하람 기자]
학창시절의 수학여행도, 부부들의 로망 신혼여행도, 부모님의 칠순여행도 모두 멈춰버렸습니다.
코로나가 멈추게 한 소중한 추억.
언제쯤 이렇게 트렁크를 끌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까요.
세계를 보다 황하람입니다.
yellowriver@donga.com
영상취재 : 박희현
영상편집 : 정다은
취재지원 : 이 솔(인턴)